[씨네마] ‘명장면 명대사'로 풀어가는 추억의 스크린 여행 > 컬럼

본문 바로가기
미주지역 바로가기 : Calgary/EdmontonChicagoDallasDenverHouston,    TorontoVancouverHawaiiLANYSeattle

컬럼

문화·교육 [씨네마] ‘명장면 명대사'로 풀어가는 추억의 스크린 여행

페이지 정보

본문

b9a89545f43ea5de9d8f94588dce1418_1701993015_7044.jpg
b9a89545f43ea5de9d8f94588dce1418_1701993025_8429.png
 

1900년대 초, 미국 몬태나. 목사 리버런드 맥클레인(톰 스커릿)은 아들 노먼(크레이그 셰퍼)과 폴(브래드 피트), 아내와 함께 강가에서 교회를 운영한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강에서 인생을 배우도록 가르친다. 장성한 노먼은 동부의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동생 폴은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낚시를 인생의 최고 목표로 여기며 살아간다. 신중한 형과 달리 폴은 도전적이며 자유분방해 형과 마찰을 일으킨다.


짙은 녹음 속으로 강물이 흐른다. 햇빛에 반사된 윤슬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오후. 햇빛은 찬란하게 한 남자를 비춘다. 남자가 낚싯줄을 허공에 던지는 찰나다. 어디로 던지려는 것일까. 낚싯줄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남자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춘다.

가장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닐까.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흐르는 강물처럼'의 포스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형용할 수 없는 그 어떤 거룩함을 느끼게 한다. 운명일 수 있고, 순수일 수도 있다. 


b9a89545f43ea5de9d8f94588dce1418_1701993324_8927.png
 

인생이고 예술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숱한 시간이 흘러도 이 장면은 변함없이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해주고 있다.

강은 인간의 삶과 닮았다. 좁고 얕은 물들이 모여 큰 줄기를 이루고, 그 속에 많은 생명들을 담아 기르며 도도히 흐른다. 그 여정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코 바다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몬태나의 계곡이 길러낸 노먼과 폴처럼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삶에 대한 성찰이 웅장한 자연 속에 녹아든 아름다운 영화다. 아버지는 송어 낚시를 종교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아들들도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틈만 나면 낚싯대를 들고 계곡으로 뛰어간다. 아버지는 낚시를 통해 인생을 가르친다. 자연에 순응하며,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늘 두 아들을 지그시 지켜보는 아버지의 근엄하면서 인자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형제는 같은 피를 이어받았지만, 성격까지 같지는 않다. 그래서 갈등하고 싸우면서, 또 화해한다. 영화 속에서 형 노먼은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빼닮았다. 유머도 없고, 조용히 사색한다. 그러나 동생 폴은 도전적이며 늘 일탈을 꿈꾼다. 백인만 출입하는 카페에 인디언 처녀를 데려가고, 도박하고, 술을 마시고 또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낚시를 할 때도 형과 동생은 다르다. 노먼은 아버지가 가르쳐 준 낚시법만 고수하지만, 폴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다. 더 멀리 던지기 위해 더 넓은 허공에 낚싯줄을 감아 친다. 험한 물살에 떠내려가면서도 낚싯대를 놓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과 자유에 대한 갈구가 낚시법만큼 공격적이다.

아버지는 메트로놈을 가져다 놓고 4박자의 캐스팅을 가르친다. 10시에서 2시 방향. 그러나 폴은 그 밖의 영역을 도모한다. 아버지의 울타리를 벗어난 곳이다. 폴의 야생을 향한 질주는 결국 죽음으로 끝난다.


경찰서를 빠져나온 노먼이 힘없이 귀가한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을 전한다. 엄마는 쓰러질 듯 2층으로 올라가고, 아버지는 감정을 애써 숨기며 묻는다. "더 할 말은 없니?" "손목뼈가 거의 다 부러졌어요." "어느 손이냐?" "오른 손요." 아들의 죽음

을 다시는 낚싯줄을 던질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대신한다. 

"폴은 훌륭한 낚시꾼이었어요." "그래, 그 애 솜씨는 아름다웠지."그리고 아버지는 교단에 서서 설교한다. "사실 우리는 가

장 가까운 사람을 거의 돕지 못합니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도 모르며, 때로는 그들이 원치 않는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서로 이해 못하는 사람과 산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 해도 우린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b9a89545f43ea5de9d8f94588dce1418_1701993498_503.png
 

'흐르는 강물처럼'은 노먼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4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노먼에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족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라고 권유한다. 아버지의 말대로 75살 때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이 책을 썼다. 1990년 각본의 초고를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보냈는데, 그것은 그가 죽기 며칠 전이었고, 영화는 그가 죽은 뒤 두 해 뒤에 나왔다.

영화는 늙은 노먼이 여전히 송어 낚시를 하는 모습을 비추면서 끝난다. 젊은 날의 폴이 여전히 강둑에 서 있을 것 같다. 노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강이 흐르는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4박자의 리듬, 고기가 물리기를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이 그것을 통해 흐른다.(A river runs through it)"강은 멈추지 않는다. 뒤돌아 흐를 수도 없다. 거대한 바위를 만나면 굽이치고, 허공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그 모든 것이 생명의 순환이고, 삶의 행로다. 


만나면 악다구니처럼 다투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또한 아스라한 추억이 되는 것이 가족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인생의 참 맛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가슴으로 온전히 사랑하는 말이 명절 끝에 자꾸 생각이 나서 영화를 꺼내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Login

회원가입
이번호 신문보기 더보기

회사소개(KOR) | 광고&상담 문의
TEL. 737-808-6641 | E-MAIL. kyocharodallas@gmail.com
Copyright © The Korea World News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or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팝업레이어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