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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씨네마] ‘명장면 명대사'로 풀어가는 추억의 스크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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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지려고 해. 다시는 옛날도 못 돌아 갈거야. 그녀가 내 혼을 뺐어"  


달달한 로맨스 소설가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소설과 딴판인 세상을 살고 있다. 결벽증과 강박증에 사로잡혀 남들과 소통도 하지 않는다. 식당에서도 1회용 수저를 쓰고, 보도블록도 금이 없는 곳에만 밟는다. 이웃에 사는 남자 사이먼 비숍(그렉 키니어)과, 레스토랑의 종업원 캐롤 코넬리(헬렌 헌트)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지독히 자기중심적인 괴팍한 이 남자를 누가 좋아할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달은 변하기 시작한다.


배우 잭 니콜슨의 걸작 영화는 많다. 그래도 그 중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만큼 잘 어울리는 영화가 있을까 싶다. 심술이 잔뜩 쌓인 눈빛, 실룩거리는 입술에, 성질이 나면 더욱 깊어지는 이마의 주름살, 쇳소리처럼 고약한 목소리…. 이 모든 요소들이 참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캐릭터가 멜빈 유달이다.


만일 멜빈 유달이 이웃에 있다면 정말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사이먼의 강아지가 복도에 오줌을 눈다고,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다. 식당에서는 자기 자리만 고집하고, 남이 있으면 고약한 말로 쫓아버린다. 안하무인에 고집불통 등 심보가 고약한 말이란 말은 다 써도 모자랄 위인이다.


그는 소설가다. 그것도 로맨스물의 대가다. 책을 62권이나 써 명성도 쌓였다. 그의 일과는 단순하다. 혼자서 집에서 글을 쓰고 쉬는 것이다. 유일한 외출은 식사에 맞춰 식당에 들르는 일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식탁, 같은 메뉴다. 스푼과 포크

도 1회용으로 쓴다. 그래서 아무도 그의 주문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캐롤만 심술궂은 그를 맞을 뿐이다.

캐롤에겐 아픈 아들과 친정 엄마와 같이 사는 이혼녀다. 남자복도 없고, 돈도 없고, 친구를 사귈 여유도 없다. 식당에서 일을 하고 팁을 받아야 천식과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아들을 보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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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들이 아파 식당을 쉬었다. 그런데 이 남자, 집에까지 찾아와 다짜고짜 "시장해요. 당신 때문에 하루 종일 굶었소"란다. 왜 내 주문을 안 받고 쉬냐고 따진다. 그제야 아들이 아픈 것을 알려준다. 

멜빌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유명한 의사를 붙여주고, 병원비까지 내준다. 이 아저씨 이걸로 날 유혹하나?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러 갔던 날 슬쩍 물어본다. 날 원해서 그렇게 나에게 잘해 주느냐고. 이때 실룩거리는 인상으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괴팍한 작가와 아들을 보살피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식당 종업원의 로맨스 영화다. 그러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영화다. 그 출발점은 물론 사회성 제로, 인간성 제로, 연애성 제로의 남자, 멜빈이다. 그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세상이, 사랑이, 이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깨닫고, 결국에는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지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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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멜빈이 그런 것은 남들과 달리 너무나 솔직하고 직선적이기 때문이다. 캐롤을 찾아가 "하이!"라는 인사도 않고 그냥 "배고프다"고 뱉어버린다. 이웃에 사는 게이 화가 사이먼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가 강도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았는데도 그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사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억지로 맡았던 사이먼의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자 피아노를 쳐주면서 위안을 주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멜빈은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지는 못한다. 사이먼의 강아지도 그렇고, 파산 지경에 이른 사이먼이 볼티모어에 있는 부모를 찾아갈 때 운전해주는 것도 그렇다. 이때 캐롤이 함께 동행하면서 영화는 로드무비처럼 바뀐다. 셋의 여정에서 멜빈은 자신도 모르게 내면을 들켜버린다. 캐롤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면서 이게 사랑인가 내심 당황한다.

이때 레스토랑에서 이 영화의 명대사가 나온다. 


칭찬 하나만 해달라는 캐롤에게 힘겹게 말을 한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그의 이 말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이다.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롤의 표정은 처음 사랑을 받아본 여인처럼 감동에 젖는다. 그래서 데이트에 응했느냐고 묻자 "호텔에 혼자 두면 사이먼과 잘까봐"라고 답한다. 캐롤은 그대로 일어나 호텔로 돌아가 버린다.

연애는 기교와 사랑의 치밀한 계산으로 유지되는 고난도 행위이다. 멜빈의 기술은 제로다. 그러나 데이트를 망쳐지만 사랑을 망친 것은 아니다. 멜빈이 뱉은 두 말은 모두 "사랑한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질투도 하고, 날아갈까 두렵기도 하다.


멜빈은 사이먼에게 "가슴이 터지려고 해. 다시는 옛날도 못 돌아 갈거야. 

그녀가 내 혼을 뺐어"라며 하소연한다. 사이먼은 그것이 사랑이라며 "사랑을 잡아요"라는 말한다. 돌아서던 멜빈이 "문 잠그는 걸 까먹었어"라고 혼잣말을 한다. 그는 다섯 번이나 열쇠를 돌려 문이 잠겼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사랑이 멜빈의 강박까지 치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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