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명장면 명대사'로 풀어가는 추억의 스크린 여행 > 컬럼

본문 바로가기
미주지역 바로가기 : Calgary/EdmontonChicagoDallasDenverHouston,    TorontoVancouverHawaiiLANYSeattle

컬럼

문화·교육 [씨네마] ‘명장면 명대사'로 풀어가는 추억의 스크린 여행

페이지 정보

본문

3ecc7f3c3b443449f266237abfa1d5bf_1697753017_6345.jpg
3ecc7f3c3b443449f266237abfa1d5bf_1697753063_0587.png
 

결혼하자마자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전쟁터로 보낸 여인 지오바나(소피아 로렌). 소식을 모르던 남편이 어느 날 전사했다는 통지서를 전해 받고 지오바나는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안토니오가 소속된 군대에서 제대한 군인이 그가 죽음 직전에 눈 속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자, 지오바나는 남편이 살아있다고 믿고 멀고 먼 땅 러시아까지 찾아간다.


몇 년 전만해도 국도를 달리면 키 작은 해바라기같이 생긴 꽃이 도로변에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란 꽃잎에 중간에 검은 수술이 가득한 것이 흡사 해바라기다. 

그러나 해바라기 보다 약간은 기형적인 모양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루드베키아라는 꽃이었다. 시골길에 질펀하게 핀 정체불명의 꽃이 해바라기를 대신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요즘은 거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해바라기는 8개월 동안 준비해 한 달 정도 핀다. 활짝 벌어진 생김새에 훤칠한 키가 어느 구석 숨김이 없이 시원한 꽃이다. 시골 담 넘어 일렁이는 해바라기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소리아 로렌 주연의 '해바라기'(1970)이다. 

불거진 광대뼈 사이 깊은 눈으로 오열하던 소피아 로렌을 잊을 수가 없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비운의 여인이 남편을 찾아 동토를 헤매는데 검은 땅에 끝없이 핀 해바라기가 지오바나와 꼭 닮아 가슴 아프게 한 영화다.


2차 세계대전 무렵, 나폴리 시골에 살던 지오바나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와 사랑에 빠진다.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결혼식을 올리지만, 안토니오는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나게 된다. 

남편을 기다리던 지오바나가 받은 것은 전사 통지서. 그러나 지오바나는 그가 살아 있음을 확신한다.


전쟁은 많은 비극을 만들어낸다. 특히 사랑하는 이들의 생이별만큼 가슴 아픈 것이 있을까. 지오바나는 안토니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생환한 군인들을 찾아다니며 수소문을 한다. 그리고 죽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관공서를 찾아가 하소연을 할 때 그녀는 "살아 있어요. 그는 죽지 않았어요"라고 고함친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는다.


동토를 헤맨 끝에 사랑하는 남자, 안토니오를 찾아낸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 여인과 결혼을 했다. 오직 한 사람만 보고 이 먼 이국 땅을 찾아왔는데, 모든 것이 허사다. 기차역 플랫폼에서 안토니오를 만난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사람인가. 그는 동상의 후유증으로 발을 절뚝거린다. 그러나 여전히 잘 생긴 나의 안토니오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사랑할 수가 없다. 지오바나는 몸을 돌려 그 남자를 내려놓은 기차에 올라탄다. 


돌아설 수밖에 없는 여심.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간절한 마음으로 독하게 억눌렀던 감정이 터진다. 오열을 한다. 촉촉한 눈빛은 기차 차창 밖으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검은 땅을 노랗게 덮은 그 꽃은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린 그녀의 모습이다.

이때 헨리 맨시니의 음악이 흐른다. 동토의 땅을 녹이는 지오바나의 끝없는 사랑처럼 뜨겁고도 애절하며, 슬프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이다.


3ecc7f3c3b443449f266237abfa1d5bf_1697753132_9439.png
 

서방영화 사상 처음 소비에트에서 촬영'해바라기'는 서방 영화로는 처음으로 소비에트 연방에서 촬영된 영화다. 소련의 국화가 해바라기이고, 소련의 일상 모습이 담겨 국내에는 상영이 금지되다 1982년에야 겨우 개봉을 했다. 이 영화는 '애

수'(1940)와 함께 전쟁 속 비극적 사랑이야기의 최고작이다.


지오바나가 안토니오를 찾아 헤매는 모습은 참으로 눈물겹다. "그이는 살아 있어요. 난 알아요. 틀림없이 살아 있어요." 이탈리아 대사를 정확히 번역하면 "그는 살아 있어요.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어요. 그는 죽지 않았어요"라는 말이다. 이 확신은 사랑하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애통한 마음은 그 사랑을 부여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소피아 로렌의 연기가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이탈리아 특유의 밝고 경쾌한 초반과 달리 전쟁 이후 무너져 내리는 여인의 정한을 한 없이 쓸쓸하게 연기한다. 머리까지 희끗해진 중년 여인 지오바나는 끝내 사랑을 얻지 못한 아픔을 잘 전해주었다.


3ecc7f3c3b443449f266237abfa1d5bf_1697753163_9402.png
 

둘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안토니오는 아내의 양해를 받아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녀의 집을 찾는다. 이미 그녀 또한 다른 남자의 여인이 돼 있다. 그래도 둘의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정전이 돼 그림자 속에 있던 안토니오가 지오바나의 촛불 앞으로 나온다. 평생을 기다린 사람이다. 둘은 포옹한다.

기차역은 늘 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을 담는 공간이다. 지오바나와 안토니오가 다시 여기에 섰다. 내 청춘과 나의 모든 것을 받쳐 사랑했던 사람을 이제 보낸다.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차는 떠나고, 지오바나는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온다. 평생을 바라 본, 아스라한 사랑의 그 남자는 점점 멀어진다.


옛날, 바다의 신에게는 두 딸 그리디와 우고시아가 있었다. 둘은 해가 진후부터 동트기 전까지만 연못가에서 놀도록 허락받았다. 어느 날 큰 언니 그리디는 해가 뜬 것도 모르고 놀았다. 처음으로 태양의 신 아폴로가 빛을 발하는 황홀한 광경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아홉 날 아홉 밤을 선 채로 그의 사랑을 애원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땅에 뿌리를 내려 꽃으로 변했다. 그 꽃이 해바라기다.


해바라기는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꽃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한 남자만을 사랑한 지오바나가 바로 그 꽃이다. 지오바나

만 그랬을까. 우리는 모두 한때 해바라기였다. 해바라기는 꺾으면 금방 시들어버린다. 

억샌 줄기와 달리 노란 꽃잎이 연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병에 꽂으면 금방 그 꽃잎이 싱싱하게 살아난다. 환하게 웃으며 한 사람을 쳐다본다.

'해바라기'의 도입부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꽃밭을 보면 지오바나뿐 아니라 사연과 애틋함을 담은 많은 사랑들이 생각

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Login

회원가입
이번호 신문보기 더보기

회사소개(KOR) | 광고&상담 문의
TEL. 737-808-6641 | E-MAIL. kyocharodallas@gmail.com
Copyright © The Korea World News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or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팝업레이어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