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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씨네마] ‘명장면 명대사'로 풀어가는 추억의 스크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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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의 어느 가을, 한 독일인 사업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작지만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찾는다. 

추억이 깃든 시선으로 레스토랑을 둘러보던 그는 이윽고 한 곡을 신청한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자 돌연 그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진다. 

60년 전으로 돌아간다. 다정한 남자 자보(조아킴 크롤)와 그의 연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가 운영하는 작은 레스토랑에 피아니스트 안드라스(스테파노 디오니시)가 들어온다. 그는 일로나에게 자신이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를 그녀의 생일에 선물한다.


죽음을 부르는 노래라 했다


'난 외로운 일요일을 너무 많이 보냈어/ 

오늘 긴 밤 속으로 길을 떠날 거야/ 

곧 양초가 타오르고 연기가 눈을 적시겠지/ 

그렇지만 울지 마 친구들/ 

마지막 숨이 날 고향으로 데려가 줄테지/ 

그림자의 나라에서 난 안식을 찾을 거야/ 우울한 일요일.'


죽은 이의 욕조 옆에 있던 그 레코드, 강물에 뛰어 들기 전 들었다는 그 노래, 바로 '글루미 선데이'다.'글루미 선데이'(이땐 '썬데이'라고 썼다)가 개봉한 것이 2000년 10월 21일이었다. 22년 전 가을이다. 

헝거리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가슴 깊이 울리는 사랑, 전쟁의 비극과 슬픈 운명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녹아들어 그해 가을을 수놓았다.


그러나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뒤늦게 입소문이 나면서 2003년 재개봉했다. 그제야 영화 엔드 크레딧에 쓰인 가수 헤더 노바의 노래와 엘비스 코스텔로의 노래가 라디오를 타면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의 진가를 확인했다. 두 노래는 영화 배급사에서 특별히 제작한 홍보 CD에 수록된 곡이었다.


노래 '글루미 선데이'는 1941년 빌리 할리데이가 영어 가사를 붙여 노래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사라 브라이트만, 사라 맥라클랜, 시너드 오코너, 비요크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부분 이 노래를 불렀고, 필자의 플레이리스트만 해도 20여 명의 가수가 부른 '글루미 선데이'가 있다. 대부분이 슬픈 심상을 끌어낸다. '우울한'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외롭고, 쓸쓸한 감성을 터치한다.


이 노래가 유명한 것은 '자살의 송가(頌歌)'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원래는 1933년 헝가리 작곡가 레조 세레스가 발표한 피아노곡이었다. 

1935년에 가사가 붙여진 노래가 발표됐고, 1936년부터 부다페스트에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죽음을 부르는 노래'로 불리게 됐다. 

영화에서는 8주 동안 157명이 이 노래를 듣고 자살했다고 나온다. 세레스 또한 1968년 자살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인들의 사기를 위해 BBC에서 방송을 금지할 정도였다니, 어쨌든 죽음의 슬픈 전설을 타고 난 노래라 하겠다.


영화는 이 노래를 토대로 1988년 발표된 닉 바르코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큰 눈을 가진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일로나가 주인공이다. 1930년대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 '자보'에 오는 모든 남자들이 흠모하는 여인이다. 

어떤 이는 일로나의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이는 그녀의 사진을 찍어 프러포즈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상한 남자 자보의 여인이고, 오로지 그 남자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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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도시 부다페스트의 서정 


어느 날 무명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가 찾아온다. 깊은 눈에 우수가 가득한 슬픈 남자다. 첫 눈에 일로나에게 반한 안드라스는 그녀의 생일 날 자신의 곡 '글루미 선데이'를 선물한다. 일로나의 마음이 흔들린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자보는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그녀를 받아들인다.


영화는 아름다운 셋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면서 고풍스러운 도시 부다페스트의 서정 짙게 그려나간다. 그러나 불안했던 기운은 나치가 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비극적인 파경으로 치닫는다. 

일로나를 사랑했던 한스가 독일군 대령이 돼 레스토랑을 찾아온 것이다. 일로나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힌 한스는 일로나가 사랑하는 두 남자에게 칼을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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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혐오하는 안드라스에게 '글루미 선데이'를 연주하도록 강요하지만 안드라스는 거부한다. 이때 일로나가 피아노 곁으로 온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날 위해 연주해요"라고 속삭인다. 안드라스는 그녀를 위해 연주를 시작한다.

배우 에리카 마로잔이 독일어로 부르는 이 노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장면이다. 

'난 검은 그림자와 고독을 나누지/ 눈을 감으면 수없는 그들의 모습이 보여/ 난 잠들지 못하고 그들은 깨어나지 않아.' 맑고 깊은 일로나의 목소리. 노래에 깃든 슬픈 기운처럼 연주를 마친 안드라스가 한스의 권총으로 자살한다. 일로나는 오열한다.


이제 남은 한 남자, 자보. 유대인이었던 자보를 구하기 위해 한스에게 몸까지 내어 주지만, 끝내 그도 아우슈비츠로 끌려간다. "우리의 꿈이 깨졌다고 슬퍼하진 마. 당신은 견뎌야 해. 이 홍수의 물결 뒤에도." 자보의 편지를 읽는 일로나의 손에 눈물이 떨어진다.

영화는 셋의 슬픈 운명과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으로 가슴을 절절하게 한다. 여전히 남아 있는 내 남자의 온기, 그러나 함께 하지 못할 나날들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자보의 대사는 일로나에 대한 누구도 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한다. "완전히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어." 자보는 안드라스에게 향하는 일로나의 마음을 알게 된다. 질투와 미움이 밀려든다. 그럼에도 일로나를 잃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한 부분만이라도 가지겠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지극한 사랑의 결정인가.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나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내가 늘 말했지. 당신의 결정은 언제나 자유라고. 그래도 난 계속 걸어 갈거야." 가만히 보니 자보가 해바라기였다. 

오로지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꽃이었다. 그 옛날, 먼 부다페스트 세체니 다리 아래에서 피어난 사랑의 정수(精髓), 지금도 우리를 떨리게 하는 '글루미 선데이'가 주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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