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년만 엄정화 아닌 '차정숙'으로…"놀라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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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54) 주연 JTBC 주말극 '닥터차정숙'은 기대작이 아니었다. 이보영 주연 '대행사'와 조승우 주연 '신성한, 이혼'에 편성이 밀려 촬영을 모두 마친 후 전파를 탔다. 뻔한 불륜 소재 드라마라고 예상했는데,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성장기가 시청자를 울고 웃겼다. 1회 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 16회 18.5%로 막을 내렸다. 20%를 넘지는 못했지만, JTBC 드라마 역대 시청률 4위다.
무엇보다 엄정화는 1992년 영화 '결혼 이야기'로 데뷔한 후 30여 년만에 캐릭터로 불린다며 신기해했다. 그동안 가수와 연기 활동을 병행했지만, 드라마 흥행작은 거의 없었기에 더욱 기뻤을 터다. "얼마 전 고대 축제에 갔을 때 다들 차정숙이라고 부르더라. 30년을 일 해왔지만, 드라마로 이렇게 사랑 받은 적이 없다. 친근하게 반응해줘서 새롭다"며 "차정숙이 인생캐가 된 것 같다. 항상 밖에 나가면 '엄정화씨'라고 불러줬는데, 이제 더 반가워하고, 친근하게 차정숙 얘기를 하더라.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게 놀라운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촬영할 때는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좀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렸고, 닥터 차정숙이 안 되면 모든 게 내 탓 같은 중압감이 있었다. 이 작품이 자신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가 잔잔하고 착해서 반응이 궁금했다. 사실 이렇게 까지 웃길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물론 김병철씨가 잘 살려줘서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정숙의 성장하는 과정을 많이 좋아할 것 같았다. 이 두 가지를 공감해줘서 모든 게 충족됐다."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 이제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랑했으면 좋겠다"며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분들은 운동 등 취미조차도 갖지 못하고 '내가 이제 와서 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시작하면 다른 시야가 열린다. 생활의 즐거움을 얻고, 또 다른 걸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엄정화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물론 로코물에 갇힐 까봐 두려워 스릴러 등 다른 장르를 선택한 적도 있다. "같이 가져갈 것"이라며 "이제는 어떤 장르에도 갇히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껏 해온 것들이 보이더라. 여태까지는 엄정화로서 잘 지내왔는데, 앞으로 열정만 식지 않는다면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또 도전하고 싶은 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오래, 깊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tvN 예능물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서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김완선(54)을 비롯해 이효리(44), 보아(37), 그룹 '마마무' 화사(28)와 함께 전국투어 콘서트를 돌며 팬들과 만나는 이야기다. 축제 '직캠' 영상에서 20대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는 따라 부르는 소리가 안 들렸다. 만약 들렸다면 아무 말도 못하고 감동해서 울었을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앨범을 준비했다. 올해 안이나 내년에는 앨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곡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 때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기도 했다. 기사를 보면 나이가 앞에 나와 있지 않느냐. '내 나이가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건가?'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나이가 자랑스러워' '난 할 수 있어'라며 스스로 응원하는 편이다. 요즘 행복지수는 99.9%다. 이런 순간을 만나기 어렵다. 최대한 느끼고 싶어서 아침부터 '아~기분 좋다. 닥터차정숙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한다.(웃음) 자존감이 높지 않아서 스스로 칭찬할 줄도 몰랐는데, 어느 순간 '내가 너무 야박했구나'라고 깨달았다. 마흔 지나서는 생각을 바꾸게 됐다."
◎공감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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