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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70년만에 영문학 3대 비극이 된 <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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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53>



1847년,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려낸 언니 샬롯의 <제인 에어>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 셀러가 된 반면, 같은 해에 출판된 <Wuthering Heights>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복수심과 뒤엉켜 음산하게 전개되는 내용 때문인지 비윤리적인 작품이라는 혹평이 주어졌다. 그리고 에밀리는 죽는다.  이듬해 30세에. 이 책 한권만 남긴 채. 


그랬던 것이 서머셋 모옴(1874-1965)의 ‘이 책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치켜세우는 그  한마디에 빛을 보게 된다. 이제는 영문학 걸작 베스트 10에는 물론,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모비 딕>과 더불어 3대 비극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리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70년.


Ellis Bell이라는 필명으로 에밀리 브론테가 쓴 <Wuthering Heights>는 이렇게 시작한다.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어느 겨울 밤. 히스클리프를 만나기 위해 그의 저택 Wuthering Heights를 찾은 록우드는 눈바람이 그치지 않자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한다. 

주위를 맴도는 강아지를 발로 차는 것으로 내키지 않는 마음을 표현한 주인. 마지 못해 이층의 외딴 방을 내어준다. 

거센 바람에 덜커덩거리는 창문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난 록우드. 저 멀리 황량한 벌판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세미하게 들려오는 여자의 애원 소리를 듣게 된다. ‘히스클리프, 날 좀 들여보내 줘요. 20년이야. 여기를 이렇게 맴돌고 있는 것이…’  


새파랗게 질린 록우드는 창문을 닫으려고 소름돋은 팔을 내민 순간 얼음 같이 차가운 여자의 손에 덥석 잡힌다. 섬뜩한 공포에 질린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이 소리를 들은  히스클리프가 황급히 뛰어 든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이 되어 창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제발 들어와, 한 번만 더, 이번만큼은 제발 내 말을 들어주오.’라며 절규한다.     


작가는 이 첫 장면에서 앞으로 펼쳐질 비극적이고 긴 이야기의 핵심을 암시하고 있다. 하녀 넬리의 입을 통해 록우드가 들은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렇다. 

언덕 위에 세워진 <워더링 하잇츠>에 요크셔 농장주인 언쇼(Earnshaw)씨가 산다. 하루는 언쇼씨가 리버풀에 갔다가 구걸하는 까만 소년을 데리고 왔다. 

부모도, 태어난 곳도, 거지가 된 이유도 밝히지 않은 그냥 얼굴 까만 거지아이. 마음씨 좋은 언쇼씨는 그 소년에게 히스클리프(Heathcliff)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입양했다.  


언쇼씨에게는 친아들 힌들리(Hindley)와 딸 캐서린이 있다. 히스클리프에 대한 이 두 아이의 서로 상반된 감정이 훗날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의 싹이 된다. 

힌들리는 주어온 아이를 친아들인 자기 못지 않게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시기와 질투로 뿜어져 나와 히스클리프를 못살게 괴롭힌다. 그러나 캐서린은 소녀 특유의 사내아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이는 곧 풋사랑으로 발전한다. 

그가 근육질의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하자 이 풋사랑은 첫사랑으로 발전하여 오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히스클리프가 참고 견딜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자 상속받아 이 저택의 새로운 주인이 된 오빠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아예 하인 취급하며 학대. 그런다고 히스클리프에 대한 캐서린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둘이 린튼의 저택을 방문할 때까지는. 애드거 린튼이라는 귀공자가 사는 이 집에서 캐서린은 극진히 대했지만 히스클리프는 문전박대 당한 것. 


린튼 가문의 잘 생기고 부드러운 귀공자와 투박한 근육질의 남성미를 뽑내는, 하지만 근본도 모르던 입양아 사이에서 갈등하던 캐서린은 한가지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된다. 

귀공자와 결혼해서 그 돈으로 빈털털이 히스클리프를 돕겠다는. 그것을 핑계로 애드거 린튼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 길로 히스클리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가 사라진 그 날 밤은 방금 폭풍을 몰고 올듯 세찬 바람이 불던 한 여름의 어두운 밤. 빗 속을 헤메다 돌아 올 것을 기대했지만 그가 다시 찾아온 것은 3년 후. 그것도 돈 많은 말끔한 신사의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기에 이리 부자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그 당시 영국의 사회적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탈바꿈하면서 신흥 자본가들 등장, 대물림된 지주 계급의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어쨋든 졸지에 졸부가 된 히스클리프는 이제부터 복수심에 불타는 악마로 변하고 복수의 대상들은 애 하나씩 낳고 다 죽는다.  


힌들리는 아내를 먼저 보내고 도박과 술로 재산을 탕진, 저택은 히스클리프에게 넘어갔고 아들 헤이튼 언쇼를 남기고 죽는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이 힌들리에게 당했듯이 학교도 보내지 않고 헤이튼을 학대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헤이튼은 아버지 보다 히스클리프를 더 좋아하며 따른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아 간 애드거 린튼을 무너뜨린다. 이를 위해  히스클리프를 보고 반해 버린 애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만 차갑게 굴었고 외롭게 방치하면서 냉대했다.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의 본심을 알고 별거한 후 아들 린튼 히스클리프를 낳고 죽는다.  


캐서린 린튼 역시 딸을 낳고 죽는다. 아내를 잃은 애드거는 술로 세월을 보내는 타락한 귀족이 된다. 그래서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아들과 캐서린 린튼과 애드거 사이에서 난 캐시와 결혼시켜 린든 가문까지 넘본다. 

애드거가 죽고 아들까지 죽자 린든 가문까지 손에 넣는다. 이로써 히스클리프는 계획했던 연속적인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불행한 채 죽는다.  


<나는 그의 비석을 둘러보며 초롱꽃 사이를 넘나드는 나비와 풀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상상했다. 고요한 땅 속에 잠든 이들이 편히 쉬는 모습을>. 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록우드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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